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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기억을 전부 다 믿지 말자

by ROA LEE 2022.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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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기억들

미국에 있는 동생이 아기를 낳던 30년전,  동생은 친정인 과천에서 몸조리를 해야하니 가까운곳에서 애기를 낳겠다는 생각으로 아무 연고없이 그냥 교통이 편하다는 이유로 사당역에 있는 개인 산부인과에 다니다가 애기를 낳았다.

30년전이라면 요즘사람들 생각엔 엄청 오래되었다고 느껴지겠지만

그때도 애기를 낳다가 죽는일이 일어날 정도의 미개한 사회는 아니었다. 우리세대만 해도 시골출신 친구들 중에는 '내가 죽을까봐 부모님이 주민등록에 늦게올려서 생년월일이 늦게되어있다' 는 사람도 주변에 있기는 했지만

우리가 아이를 낳던 시대는 우리나라가 그정도는 아니었다. 매달 산부인과검진도 열심히 다니던 시절이었고.

그래서 방심을 했던거다,결론적으로 말하면.

내동생은 애기를 자연분만하던 과정에서 24시간 진통을 하며 과다출혈로 생사의 갈림길에 섰었다.

야밤에 의사가 산모가 정신을 잃었으니 혈액은행에서 피를 사오라며 당시 산모를 방문했던 내 막내동생에게 시켰고 

그밤중에 택시를 타고 피를 사러 갔는데 혈액을 사려면 의사의 진단서?소견서?이런게 필요한건데 아무것도 없이 간 내 동생에게 피를 줄수 없다는 혈액원 창구에서 내동생은 '우리언니 죽는다' 며 울며불며 하소연을 해서 간신히 피를 받아와 산모를 살릴 수 있었다. 혈액형도 그냥 동생이 말한데로. 혹여 혈액형을 잘못 알고 있을수도 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 원칙을 위반하고 혈액을 주신 분이 생명의 은인이다.

왜 그런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추측해보건데 동생은 자연분만을 할 수 없어 제왕절개를 했어야 하는 상황이었을텐데 자연분만을 강행하다 그런 일이 일어난 거 아닌가 싶다. 동생이 살아난 것만 감사해서 우리는 그 산부인과 의사에게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 사당역을 지나다가 그 병원이 아직도개업중인것을 보고는 우리어쩌면 그런 돌팔이 의사를 가만두었을까. 그 후로 또 어떤 산모가 그런 위험에 처했을지도 모르는데 하는 대화를 나눈적은 있지만. 지금같으면 고소하고 병원비청구,아니 적어도 sns에 올려서라도 그 병원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알렸을거다. 

백번 양보해서 분만과정에서 과다출혈이 있을 수도 있을테지만 혈액을 사오는 일을 가족을 시킨 것이나, 아무 소견서 없이 사러 보낸것이나 모두 너무나 아마추어적 행태 아니냔 말이다. 환자가 위험한 일에 처하면 큰병원으로 옮기거나 했어야 했는데 24시간 출혈하면서 정신을 잃고 오락가락하는 산모를 보고서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은 지금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고 아찔하다.

그런데 오늘 이야기의 포인트는 그게 아니고 자매 셋이서 카톡을 하다가

그날 피를 사러 택시타고 달려간 막내동생이 피를 사오면서 자신이 준 돈으로 동생이 커피를 사마셨다는 얘기를 하면서였다. 자기때문에 고생을 한 동생이 그래도 커피를 마실정도로 여유를 갖고있어서 마음이 좋았었다나.

막내동생은 펄쩍 뛰면서 그날 언니가 죽을지도 몰라 피를 사러가는 긴박한 상황에서 커피는 무슨커피를 마셨냐며 자기는 택시를 탄건 맞지만 커피는 절대 마시지 않았다는 거다. 미국동생은 얼른 실수를 인정하면서 '아,맞다,택시값을 내가 줬지,커피값이 아니라'이런다.ㅠㅠ 

평소에 미국동생은 어린시절의 아주 작은 기억들조차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을 해서 듣는사람을 짜증나게 잘 만든다. 잊어주었으면 하는 안좋은 기억들 위주로 주로 기억을 많이 하고 있기떄문에. 그런데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것과 다른상태로 얘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이것저것 섞어서 기억하고 있는거 아니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자신의 기억이 확실하다고 늘 말해와서 기억에 자신없는 다른사람들이 꼬리를 내리곤 했는데

이번에 혈액을 사러가다 커피를 마셨다는 말도 안되는 말 때문에 그녀의 기억력에 대한 신뢰도가 확 떨어졌고

그녀역시 자신의 기억에 대해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최초로 인정했다. 앞으로 이상한 과거기억얘기 할때마다 오늘 일을 빌미로 신뢰하지 말아야지.ㅋㅋ

나이들면서 점점 기억이 희미해져가지만 옛날기억보다는 최근기억이 더 희미하기 마련인건 맞다.

하지만 과거기억도 너무 믿어선 안된다. 어머님이 하시는 과거얘기도 하실때마다 조금씩 각색되는데

과거 기억이라도 이제 좋은것만 남기고 나쁜건 되새김질도 안하는게 좋을거같다. 동생의 출산기억도 다시 기억하는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는데 이제 영원히 기억에서 삭제하련다.

그리고 내 기억을 너무 믿지 말기.

그리고 그 기억을 밖으로 내뱉지 말기. 그 누군가에게 억울함을 줄 수 있으니.

이나저나 나이들어서 말을 줄이는게 정말 맞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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