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좋은 일요일, 오전에 어머님댁에 들러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고 나와서 남편과 효창공원을 한바퀴돌고 숙대근처에 맛있는 빵집 우스블랑에서 빵을 먹고 사갖고 귀가했다.
만보넘게 걸어서인지 남편은 피곤해서 일찍 잠이들고 나는 멍하니 유튜브를 보고있는데
한 경제방송여자 앵커분의 브이로그를 보게되었다. 평소에 그다지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왜 내 알고리즘에 떴는지 모르겠지만 별것 아닌 일상을 찍은 브이로그 끝에 시청자를 향해 당신 지금 뭐하냐며 멍하니 유튜브 보지말고 뭐든 하라고 한다. 지금 방송도 여러개 하면서 사업도 하는 바쁜 일상을 사는 그녀가, 자신이 20대에 이런 생각을 했었다면 지금의 인생이 달라졌을거라며...그녀의 단기 목표는 5년내로 돈을 많이 벌어서 정말 하고싶은 방송만 슬슬 하면서 사는것이라고 한다.
내가 평생을 한 생각이 그거였다. 나 지금 뭐하지...그래서 누가 내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뭔가를 배우는것'이라고 할만큼 영어,중국어,제빵,홈패션,요가,벨리댄스,방송댄스,클래식음악감상, 미술감상,리본공예,뎃생,클래식기타,등등 엄청나게 배우면서 돌아다녔다. 결과적으로 어느하나 깊게 배운것 없이 얕게 얕게 하다 만 것들 투성이.
내동생은 돈을 버는것 아니고 그냥 막연히 무언가를 배운다는게 자기는 싫다고 한다. 의미없이 느껴진다고 한다.
맞는말일 수도 있다. 무언가를 배우는건 생산적인 일이 아니다. 내돈을 쓰면서 다니는거니까.
하지만 배우며 다닌 이유를 생각해보면 내가 몰두하고 싶은것을 찾아 다닌 행위였고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변명하고 싶다. 아니,사실은 몰두 그 자체를 즐긴것이다. 난 몰두 할것이 필요했던거다.
요즘에야 맞벌이가 당연한거고 오히려 맞벌이를 안해도 되는 인생을 사는 여자들을 시집잘갔다고 부러워하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나는 평생을 일하는 여성을 부러워했다. 똑같이 공부하고도 집에서 아이들이나 남편을 기다리는 삶을 사는 내가 너무도 한심하게 느껴졌고 아이들을 어느정도 길러놓은 후부터는 그것으로부터 탈출하려고 여러번 시도를 했지만
그 탈출을 하려고 했다면 미리 나를 준비시켜놨어야 했다는것을 깨달았을때는 나 스스로 너무 무기력하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난 딸아이에게 여자도 경제력이 있어야한다고 , 엄마처럼 일찍 결혼하지말라고 말하며 키웠고 내딸은 나같지 않고 능력있는 여성이 되었지만
이제는 또 일만하고 결혼할 생각을 안하는게 걱정이 되어 돌아오니, 자식만 바라보고 사는 인생에는 어쨌거나 걱정과 허탈함이 남는건가보다.
오늘 유튜브의 그 앵커의 말은 그영상을 본 내 딸같은 많은 젊은 여성들이 보고 자극을 받았으면 좋았겠지만
60을 바라보는 나에게도 작은 울림이 되어 돌아왔다.
내 나이는 이제 다 끝나서 더이상 가만있지말고 뭔가 할 나이가 아닌걸까.
하다못해 알바몬에 이력서를 넣어도 더이상 전화연락조차 안온다는 나이지만
이제 다 끝난게 아닌건 확실하다. 94세인 어머님의 인생도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당신의 건강을 위해 책을 읽으시고 운동을 하시는데
내나이 아직 그에비하면 너무나도 갈 길이 멀고 할 일도 많이 있을것 같은데
지금 나 뭐하고 있나.
인간이라는 이유로 삶에 끝없이 고민을 하고 있다.
한동안 중국어학원에 단기유학을 다녀올까 심각하게 고민하며 빠져들었었던 중국어를 다시 펼쳐볼까.
'중국어 해서 뭐하게' 라고 묻는다면
무언가 할 이유를 생각하면 할것이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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