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마켓에서 수입대행을 해서 한국에 파는 일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며 자주 20년전 쇼핑몰을 했던 생각이 난다.
20년전,작은아이가 초등학교1학년,큰아이가 5학년이던 시절
동생과 인터넷으로 여성의류쇼핑몰을 열었었다. 동생은 딸이 유치원도 못갈정도의 아기였는데
그래서 외출도 힘들고 옷사입기도 힘들어 인터넷으로 옷을 사입다가
자기처럼 아이때문에 외출이 어려운 엄마들을 타겟으로 한 엄마와 아이옷을 함께 파는 몰을 만들면 대박이 날꺼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거였다.
각각 오백만원씩을 투자해서 인터넷호스팅업체에서 별로 이쁘지 않은 딱 규격품쇼핑몰을 제작하고 (남편이 아는 업체라 제작을 저렴하게 하려니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는데 그와중에도 나름 이쁘게 만들려고 이리저리 디자인을 고쳐달라고 무지 직원들을 괴롭혔던 생각이 난다)
나머지 돈으로 동대문 새벽시장과 밤시장을 넘나들며 옷을 샀다. 밤시장에 이쁜옷이 많아서 처음 시작은 밤에만 사입을 나갔는데 밤시장옷은 예쁜만큼 가격도 비싸기때문에 아무래도 주부들 대상이다보니 비싼옷이 잘 안팔려서 저렴한걸로 하다보니 아침시장까지 진출하게 된거다. 밤에 시장을 나가는건 워낙에 옷을 좋아하는 우리 자매가 종종 우리옷 사러도 나갔던 쇼핑이라 어렵지 않고 오히려 신났고, 팔려고 산 옷이 재고가 되어도 내가 입으면 되니까 스트레스도 없었다. '우리는 우리가 입고싶은 옷을 판다' 가 우리사업의 모토였으니까. 남으면 내가 입으려고 했던 옷이 다 팔리면 서운한 적도 있었다.
아침시장나가는건 새벽4시전에 깨는일이 너무나 힘이 들었다.
동생은 운전을 못해서 내가 운전을 도맡아 했는데 서울을 오가는 운전이 너무 힘들어서 나중엔 밤시장 동대문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차안에서 자다가 새벽시장까지 돌아 돌아왔던 때도 있었다. 겨울이었는지 추웠던 기억...정말 지금생각하면 젊었으니까 할수 있었다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날은 차안에서 자는게 너무 힘들어서 비디오방같은곳을 찾아갔는데 난생처음 가본 비디오방은 우리가 생각한 소파에 앉아서 비디오를 보는 그런곳이 아니었다. 약간 퇴폐업소같은 느낌?우린 비디오를 볼게 아니었기때문에 비디오는 안빌리고 그냥 잠만 자고 가겠다고 하고 비디오방 안으로 들어와 소파에 누워 잠을 잤다. 비디오방직원의 우릴보는 이상한 눈빛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어느날은 대중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목욕탕 마루에서 잔적도 있고...모두 단 한번의 기억뿐이다.두번은 하지못했다. 다 불편해서...차라리 힘들어도 집에 왔다가는걸 택하는편이 나았다. 몸도 마음도...
투자금 오백만원은 당시 사업이라는걸 처음 하는 내게는 큰 돈이었는데 쇼핑몰을 시작한지 두달만에 회수했다. 여성의류의 마진은 괜찮았고 마케팅이라고 하는게 겨우 이메일로 우리몰 광고를 보내는거였는데
지금같으면 말도 안되는건데 그땐 이메일을 수집해서 파는 업체가 있었던지 돈을내고 이멜을 뿌려달라는게 우리의 마케팅이었다. 차라리 네이버에 광고비를 내고 했더라면 더 잘되었을텐데 이멜광고비정도보다 큰 광고비 지출은 겁이났다.
아이를 케어하면서 집에서 택배나 보내고 일주일에 두세번 시장에서 사입만 하면 되는,어찌보면 편한 일인데
그땐 왜 그렇게 그 일이 하기싫었던지...2년정도 하다가 지마켓이나 옥션에서 같은옷이 우리가 가져오는 가격에 올라오는걸 보고 이제 개인이 하는 인터넷쇼핑몰은 끝이구나, 대형몰이나 남겠구나 하면서 속 시원하게 접어버렸다. 동생은 동대문 근처로 이사까지 하면서 혼자 몇년 더 하다가 그만두었다.
지나고 보니 그때가 쇼핑몰 끝이 아니었고 그후로 지난 20년간 우리의 삶에 인터넷쇼핑몰이 얼마만큼이나 가까이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나름 그때가 우린 선구자였던 셈이었고
우리가 좀더 큰 사업가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었다면 집에서 나가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얻어 적극적으로 해서 스타일 난다가 될수 도 있었을거라고 웃으면서 얘기한다. 일단 그일을 사업이라고 생각하지않고 '장사'라고 내 스스로를 폄하했었던거같다.
결론적으로 난 사업가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편하게 인생을 산건 맞다. '스타일 난다'가 되기까지 난다의 사장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아 키운걸까를 생각하면 나의 소소한 인생과 바꿀수는 없겠지.배우고싶은거 배우고 여행다니고 책읽는 삶.
다시 이나이에 무슨 인터넷셀러가 되려고 하는가 하면 그때와는 다른 마음이다.
돈보다도 뭔가 내가 몰두할수 있는것,남편이 정년퇴직후에도 뭔가 할수있는걸 만들고싶은 마음.
물론 아직까지도 그냥 구상중이지만.
그런데 당시 쇼핑몰을 한다고 할때 어린애들 두고 무슨 장사냐고, 푼돈벌다 몸상한다며 반대하시던 친정부모님과는 달리
시부모님은 결혼전에 본 사주풀이에서 점쟁이가 내가 나중에 돈벌러 나갈꺼라고 했다는 말을 하시며 그 점쟁이 용하네 하셨었다. 예나 지금이나 며느리가 돈버는걸 시부모님들은 좋아하시는걸까.아들혼자 고생하는게 안스러워서.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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