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친한 언니가 천안에 세컨하우스를 마련한게 작년 여름.
원래 시골집을 좋아하던 언니는 그집을 장만하기 전엔 월세로 시골집을 렌트해서 가끔씩 내려가 바람쐬곤 하는 용도로 썼었는데 마침내 세련된 전원주택이 아닌 거의 쓰러져 가는 구옥을 구입한거다. 그전까지 난 '시골집'이란 개념도 없던차라 처음 언니네 집을 가봤을때 깜짝 놀랐다. 그야말로 시.골.집. 시골에 있다고 시골집이 아니라 전혀 수리된 적이 없는 시골집.
전에 사시던 분은 원래 사시던 시골분이 아니라 몇년전 사서 들어간 투자자라 2년만에 몇천을 남기고 언니에게 팔았는데 그야말로 언니나 되니까 이 집을 샀지 이 허물어져가는 집이 주인을 찾을거라곤 아마 파신분도 기대하지 않았을꺼라 생각될 정도였다. 지금같은 부동산 거래절벽기에 생각해보니 엄청나게 운이 좋은 사람이다.
투자자였기때문에 마당도 안가꾸고 거의 돌밭수준이었고 부엌도 화장실도 엉망...
그집을 쓸고 닦고 인테리어하고 마당에 잔디깔고 뒤 텃밭에 돌골라내고 하며 꾸미느라 여름내내 서울과 천안을 오고가던 언니는 얼굴이 햇볕에 까맣게 태우며 그집을 거의 새로 탄생시켰다.
곶감 만든다고 매달아놓은 사진을 보니 너무 이쁘다. 잔디를 돈주고 사야한다는것도 첨 알았다. 동네분이 이 아까운 땅에 왠 잔디냐며 밭을 만들라고 하셨다지만 워낙에 성품이 우아한 언니는 앞마당을 잔디깔고 꽃심고 아름답게 정원으로 만들어놓았다. 아담한 담너머로 멀리 산세가 보는것만으로도 예술인집. 뒷마당 텃밭에서 나는 푸성귀도 다 소화못한다며 가면 야채를 산더미로 싸주었는데
이번에 만났을떄 그 집을 월세든 전세든 놔야겠다고 한다. 시골집 세놓으면 집 망가진다며 다른친구가 말렸는데
겨울에 사람없을때도 수도관이 터질까봐 자동으로 보일러를 돌려야하는데 아무리 등유라고 해도 기름값이 백만원이 넘게 들어간다고 한다. 그리고 시골 오가는것도 너무 힘들다고 한다. 시골집은 봄,가을 딱 두계절이지 여름엔 너무나 덥고 겨울엔 너무나 춥다고 한다. 앞집사시는 분이 딸이 내려와있으면 좋겠다며 월세를 놓으라 하신다니 아무래도 그리 될 모양이다.
이렇게 언니의 시골놀이는 당분간은 끝을 내려나 보다. 도시 4일,시골 3일정도 사는 삶이 좋다고 하더니 도시사람은 역시 도시에 살아야 하는가보다. 나와 남편은 둘다 서울 사람이고 남편이 귀농이란걸 상상도 못하는 사람이라 나이들어서 시골의 삶같은거 꿈꿔본 적도 없는데 주변에 세컨하우스라고 장만해놓은 사람들 보면 은근히 부럽기도 하고 나는 뭐했나 싶은 생각도 들었더랬다. 그랬는데 역시나 세컨하우스란건 그저 로망일 뿐인가보다. 팔고싶어도 잘 안팔리고 세를 놓기도 헐값아니면 힘들고,헐값에 놓으면 집이 망가지는...
현실과 로망의 간극은 이렇게나 멀다. 하지만 뭐 아주 먼 먼 훗날 다시 시골살이가 그리워지면 다시 갈 집이 늘 거기있다는 생각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면
여유자금으로 한 일이라면 괜찮은 일이다. 한마디로 부자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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