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문상을 다녀왔다. 10남매를 낳아 기르신 전형적인 한국 농촌부모님의 셋째딸이 내 친구다.
엄마는 엄청 오랫동안 고생하시다가 5년전에 먼저 돌아가셨는데 아이를 10명이나 낳았으니 몸이 성한곳이 있었겠냐며 아버지가 늘 미안해 하셨다고 한다.
내가 전형적인 농촌아버님이라 칭한것은 유언으로 당신의 재산,농지,집 등을 모두 큰아들에게 주고가시고
딸들에겐 겨우 현금 조금만을 남겨주셨다는 말을 들어서이다. 요즘 하도 상속때문에 의가 상한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다 보니 농지는 농사짓는 큰오빠에게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고 그런 아버지의 불공평해 보이는 결정에도 아무 불만없이 우애좋게 지내는 친구집 남매들이 신기하게 보일 지경이었다. 정작 줄건 다 큰오빠 주셨으면서 내친구에게 아버지는 "니가 젤로 효녀다"라고 하셨다면서 친구는 웃는다.돌아가시기 전엔 호캉스 해드린다면서 딸들이 아버지를 모시고 호텔에서 하루 자기도 하더라.
병으로 집에 주로 계신 아버지가 전화를 자주 걸어서 보고싶으니 얼른 내려오라고 하시면 없는 짬이라도 내어 그 먼 구례로 달려가곤 하는 친구를 보면서 정말 나는 반성했다. 나는 부모님이 가까이 계신대도 한달에 두어번 찾아뵙는게 다인데...게다가 만약 자꾸 전화라도 하셔서 오라고 하시면 귀찮은 생각도 들 것 같았다. 물론 그런 일은 절대 하시지 않는 나의 부모님이시지만 말이다.
돌아오는 길에 구례구 역 사진을 찍어보았다.20여년 전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구례 친구집에 한여름에 놀러간 적이 있는데 그때 기차는 KTX가 없던시절이라 오랜시간 가는 기차를 타고 갔었다.그게 새마을인지 무궁화인지,통일호인지,비둘기인지도 생각이 나지 않을정도의 옛날이야기. 그때 우리들이 데려갔던 초등학생 아이들은 지금 결혼을 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성인이 되었고
우리들은 60을 바라보면서 그시절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들의 부모님들은 세상을 떠나고 계시다.
기찻길이 끝없이 펼쳐져있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쓸쓸하고 아련한 생각이 들었다.
그냥 인생은 그렇게 긴 철길처럼만 느껴진다. 끝이 없을것같이 달려가다가 보면 끝이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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