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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충동적으로 집 구매했다가 파기한 사연

by ROA LEE 2022.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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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쓰라린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2017년, 부동산 투자를 하는 친구를 따라 처음으로 갭투자라는걸 했다. 동네 작은평수의 아파트였다.그땐 갭투자라는 말도 몰랐고 내돈 얼마만 있으면 몇억짜리 집을 살 수 있다는 친구의 기발한 생각에 놀라면서 평생 빚이나 투자라고는 모르는 남편을 어렵게 설득해 내생애 최초로 투자라는걸 감행했는데 그냥 사는집에 살면서 투자한집을 팔았다 샀다 하는 소소한 투자에 그치지 않고 내가 기존에 살던 집을 3년내로만 팔면 세금을 안낼 수 있다고 하기에 20년간 살던 신도시 대형아파트를 덜컥 팔았다. 그동안 팔고싶을때 팔리지 않던 집이었다. 이번기회에 서울로 이사가야겠다는 생각이 불타오른 나는 통장에 돈을 넣어두고 잠시 전세를 살면서 서울에 집을 사려고 매일 임장을 다녔다. 거의 미친x수준...

남편 직장도 강남이고 큰애가 대학을 가면서 학교가 너무 멀어 서울로 이사를 가고싶었는데 그땐 작은애가 고등학생이서 전학을 가는게 좋지 않아서이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는 시부모님이 바로 옆단지에 살고계셨기 때문에 효자남편은 서울로 이사를 영 마뜩찮아했어서 좀처럼 이사를 가게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둘째마저 대학을 가게되니 이젠 정말로 서울로 갈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가 우겨서 팔아버린 우리아파트는 다른곳이 다 오르도록 꼼짝도 안하다가 내가 팔자마자 느닷없이 대형평형이 뜬다며 며칠사이에 갑자기 오르기 시작했고

내가 사려던 보고있던 서울아파트는 그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오르기 시작해서 조금만 지나면 영영 뒤따라 잡지 못할것만 같아 초조했다. 투자한 아파트한채만 남고 우리는 전세를 살고있고 실거주 할 아파트는 아직 마련하지도 못했는데...

집때문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 나날들이 보내던 어느날, 서울도 아닌 전세살던 집근처에 신축아파트를 구경갔다가 복층구조에 서비스 공간으로 야외 미니테라스까지 있는 멋진 집을 보게되었다. 내가 살던 구축에서 볼수 없던 새로운 평형도 신기했고 옷방이며 야외공간이라니. 서울로 가려던 마음도,재테크를 하려던 마음도 사라지고 전세살이가 싫어지며 갑자기 주거의 안정성을 추구하게 된건지 서울아파트임장에 지쳐버린건지

밤에 집을 보고온 그날 부동산에 앉아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야 나 믿지?'라며 계약금을 송금하게 했고

남편은 회식을 하다가 말고 내가 송금하라는대로  400만원을 보냈다. 그나마도 500을 보내려다가 100이 당장 없다기에 400을 보낸채로 가계약이라는 걸 해버리고 집에 돌아왔다. 남편은 집도 보지 못한 상태였다.지금생각해도 귀신에 홀린거다. 남편이 그렇게 충동적이지 않은 사람인데.아마 집떄문에 스트레스 받고 있던 아내의 마음을 위로해 주기 위함이었을까.

그주 주말에 본계약을 하기 전 남편과 딸을 데리고 가계약한 집 구경을 갔다. 탑층이지만 복층이라 거실에서 보면 천정이 세모로 높아 높은 층고탓에 시원한 맛이 있는 집. 딸아이는 집이 좀 춥다고 했지만 그땐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저녁에 집에 와서 남편과 와인을 따고 우리의 새집 구입을 축하했다. 그런데 다음날  친정에 가서 집을 샀다고 말을 했더니 다들 말린다.부동산이 언제 꺾일지 모르는데 무슨 집을 샀냐고. 귀도 얇은 나는 또다시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날저녁 잠을 자는데 갑자기 그집을 산게 후회되는거다. 어머님이 탑층은 사는게 아니랬는데...그집 사람들이 집안에서도 두껍게 옷을 입고있는것이 아마 꽤나 추운가봐...에어컨박스의 문을 열어둔걸 보니 습기가 많아 곰팡이필까봐그랬겠지...복층이라 계단아래 부엌이 좀 어두운것 같던데...좁아보이는것도 같고...복층은 사실 별 쓸모도 없잖아,계단오르내리며 청소하기만 어렵고...오만생각이 다 들었다.

서울을 가려고 집을 팔았는데 갑자기 다시 주저앉다니.서울집 사려고 집을 판거아냐? 내스스로 자문하기를 수십번.왜 집을 계약하기 전에 했어야 할 고민을 산 후에 한건지...내가 무슨짓을 한거지.

남편에게 계약을 파기하자고 하자 어이 상실한 표정으로 무슨소리냐며 화도 내지 못한다.늘 내가 하는일에 남편은 화를 낸적이 없다.

20년 살았던 집을 팔고 가격이 오른것도 미안한데 이런 바보같은 계약까지 하고 이젠 그걸 무르자고 계약금을 날리자고 하는 마누라가 얼마나 기가막혔을까.

지금 생각해도 참 한심하다.

어쨌든 계약금 400을 날리고,그것도 부동산에 가지도 않고 전화로 계약을 파기하고

부동산을 통해 돈을 돌려달라고 말을 해보았지만 당연하게도 거절당하고, 다시한번 사정해보지도 않고 계약을 파기했다. 400이라는 적지않은 돈을 그냥 날린 나. 평소에 베짱이 두둑하지도 않으면서 어쩌면 그걸 그냥 포기헀을까.

그 이후의 시나리오는 그 집도 역시나 오르고 서울집은 더욱더 오르는 2018년 불장이 계속되었다. 다행이 작은 서울아파트 하나는 사서 그나마 마음의 위안이 되었지만 

지금도 그 복층 미니베란다 집은 그 근처를 갈때 가끔씩 생각난다. 서울이 아니어도 그 층고높은 집에서 행복할 수 있었을것만 같다. 아마 그집을 샀다면 난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았을거다. 그냥 실거주집이나 지니고 살지 내주제에 무슨 투자...하면서...그럼 지금의 하락장 스트레스도 없었을 것 같고 큰 무리도 없었을것 같다.

지나간 일에 대해서 후회하거나 미련을 갖지 않자가 나의 모토지만

지금껏 해왔던 모든 결정중에 가장 후회되는 결정이 바로 그집을 갖지못한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집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한 숱한 고민과 결정들이 세상물정도 모르고 20여년을 그냥 살아온 나를 좀더 단단하게 해주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없겠지만 그런건 발전하지 않는 삶일테니까. 

그리고 갖지못한 집에 신포도같은 생각을 해보자면

탑층은 역시나 춥고

미니베란다는 아무리 야외여도 담으로 둘러쌓인 꼭대기라 해가 잘 들지는 않기때문에 내가 원하는 텃밭이나 식물이 자랄만한 환경이 되어주진 못했을것이다.

하하 이렇게 합리화를 하면서 오늘도 잘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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