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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층간소음

by ROA LEE 2022.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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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고통

한번 거슬리기 시작하면 계속 거슬린다. 윗집 아저씨의 재채기소리이야기다.

처음 이집에 이사왔을때는 윗집으로 추정되는 피아노소리가 너무나 시끄러웠다. 알고보니 음대생이 살고 있었는데 시도때도 없는 연습소리에 진저리를 치는 내게 딸아이는 '난 듣기 좋은데? 연주안하면 궁금해질 지경이야'라는 말로 나를 부끄럽게 했다.

그런데 요즘은  이사를 간걸까. 피아노소리는 들리지 않고 늙은 남자의 재채기소리가 우리집안을 울린다. 하루에 정말 수십번. 비염환자임에 분명하다.

내가 유독 층간소음에 예민한 사람이냐 하면 절대 아니다. 예전에 20년을 산 집에서 슬리퍼끄는 소리나 아이뛰는 소리가 나도 아무렇지 않았다. 층간소음때문에 윗집에 올라가 싸운얘기를 들으면 그 사람의 인격을 의심했다. 

오래된 아파트라 층간소음이 아무리 크게 들리다고 해도 집안에서 하는 재채기소리가 이렇게 들릴 줄은 몰랐다. 내 남편도 재채기를 하면 엄청 크게 하는데 나는그때마다 입을 막으라고 소리를 지른다.(아니 근데 남자들은 대체 왜 입을 안막고 재채기를 하는거지?) 우리 집 소음이 아랫집에 고통을 줄 수도 있으니. 어쩌면 소음의 원천이 윗집이 아니고 아랫집일 수도 있지만 나는 분명 천정이 울리는 느낌을 받으니  윗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너무나 거슬리지만 뛰는 소음이라면 항의라도 해보지 인력으로 어찌 해볼 수 없는 재채기 소리이고 안낼 수가 없는 소리이니 내가 참는수밖에 도리가 없다. 하지만 입을 막고 한다면 조금은 소리가 밖으로 조금은 덜 날텐데...

본인은 얼마나 괴로울까,다른집에서 이정도로 크게 들리면 같이사는 가족은 얼마나 괴로울까 하는 생각을 갖으며 참고 언젠가 엘리베이터에서 윗층 버튼을 누르는 남자를 보고 분명 이분이 재채기하는 그분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지만 차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내렸다. 그사람에게 아랫집에 피해를 주고있다는 사실만이라도 알리고 싶었는데 꾹 참았다.

막상 아침에 눈을 뜨고 새로이 아저씨의 재채기가 시작되면, 재채기에 이어 휴지로 코를 푸는 북북 소리까지 들려오면 참았던 인내심이 해체되기 시작한다. 들리면 얼마나 들리겠어 라고 누가 말한다면 나는 그사람을 미워할 것이다. 그런 질문을 받는 것을 상상만 해도 화가 난다.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 함부로 얘기해선 안된다고 얘기해 줄 것이다.층간소음으로 싸움이 나고 칼부림이 나는 뉴스를 보면서 과하다고 생각했던 나였는데

정작 그 소음을 겪은 사람들은 그정도로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갑자기 동병상련의 마음마저 갖게 된다.

다른 우리가족들은 이번에도 그다지 문제삼지 않는다. 재채기대장인 남편은 이해하라고 말한다. 재채기 하는 본인이 제일 괴롭다며.

안다. 안다. 하지만 당신들은 아침에 나갔다가 밤에 들어오잖아. 저 고통을 고스란히 당하는건 나 하나라구. 저 소리를 피해서 나도 출근하고 싶다. 겨울이라 집에 있을 일이 더 많아지니 더 괴로운걸지도 모른다. 겨울이라 아저씨의 비염이 더 심해졌을지도 모른다.

출근은 어려우니 층간소음 없는 새집으로 이사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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