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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나는 취미유목민

by ROA LEE 2023.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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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미는 '뭔가를 배우는것'이다. 지금까지 많은걸 배우려고 돌아다녀왔다.

첫아이가 돌도 안되었을때 기저귀 찬 아이를 동네 놀이방에 3시간씩 맡겨놓고 홈패션을 배우러 다녔던게 아마 최초였던거 같다. 근처사는 여동생을 만나 함께 쿠션이나 작은 소품들을 만드는걸 배우고 동대문에 원단을 사러 돌아다니는게 육아에 지친 육신에게는 얼마나 힐링이 되었던지.

거금을 들여 미싱을 샀고

정말 평생 본점을 뽑고도 남게 사용했다. 아직도 그 미싱은 잘 돌아간다. (브라더미싱만세!)

아파트를 분양받고 아파트가 지어지는 잠깐동안 시댁에 들어가 살게되었을때 종로2가 ymca에 리본포장법을 배운적도 있다.

지금생각하면 선물가게를 준비하거나 하는사람들이 배웠어야하는 클래스였던거 같은데

누구에게 선물을 줄때 예쁘게 포장하고싶은 마음에서 배웠었나보다. 추운겨울 정릉에서 종로 2가까지 나오는게 힘들었을만도 하지만 시댁에서 탈출?해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에 힘든줄도 몰랐다. 내 배움은 참 맥락도 없었다.

 

그후로 최근까지 영어,중국어,일어,바이올린,클래식기타,요리,제과제빵,헬스,재즈댄스,필라테스,요가,경매,등등

그야말로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의 것들을 배우고 다녔는데

그중에 가장 열정있게 오래도록 배웠던게 밸리댄스다.

왜 한국인이 아랍댄스를 추냐,옷도 흉칙하게 배도 다 내놓고 뭐하는 짓이야

배우기 전에 나의 밸리댄스에 관한 생각은 이보다 더나빴으면 나빴지 정말 좋지않았다.

하지만 친구따라 시작한 그 마성의 댄스에 나는 푹 빠졌고

수업 외의 시간에 집에서도 잘 안되는 동작들을 유튜브를 보면서 연습했고

같이배우는 친구들과 공연도 다니고 친하게 지내며 오래도록 나의 취미가 되어주었는데(가장 최장기간 배운것)

5년전쯤, 20여년 살던 동네를 뜨면서 이사하느라 잠시 댄스를 쉬게되면서

그 잠시가 영원히 쉬게 되는 계기가 되어버렸다. 어느날 문득 사모았던 밸리댄스복과 댄스도구들을 중고나라에 박스채로 떨이해버리듯이 던져버리고(그야말로 무게로 팔아버린것같은 가격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게된것이다.

아니,선후가 바뀌었다. 내가 다시 시작할까봐 옷을 없애버린것이다.

댄스를 쉬면서 내 나이를 돌아보게 되고

나이가 상관없는 것이 춤이지만,거기다가 밸리댄스는 화장을 진하게 하고 무대에 서기때문에 늙은건 사실 별로 문제도 되지않지만,나이든 유명한 밸리댄서들도 많지만

그냥, 그 어느날 나이든 밸리댄서의 모습이 그렇게 보기가 싫어지면서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던거같다.

밸리댄스의 동작들은 복부를 많이 움직여 주기때문에 여성들의 건강에 좋은 동작이 많고 아무래도 노출이 좀 있는 의상을 입어야 하기때문에 주말에 막 먹다가도 월요일에 수업갈 생각을 하면 자제도 하게되는 좋은 효과도 있었다. 아마 밸리댄스를 그만두면서 내가 이렇게 살이 찌게 된 것일수도 있다.

부모님과 동생.내 아이들까지 불러서 내 무대를 구경시킨적도 있는데

그때 딸아이는 진심으로 응원해주었지만 내 동생의 표정은 우리언니가 저게 왜 하고싶을까 하는 표정이었다.ㅋㅋㅋ

 
 

요즘 구매대행이니 유튜브니 틱톡이니 이것저것 쑤시고 기웃거리고 있는 나를 보면서 왜 나이들어도 가만있지를 못하고 이러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우물만 깊이 팠더라면 오히려 뭐가 되더라도 되어있었을텐데,
이것저것 찌르고만 다니니 취미에서 끝난다.
내 아버지가 뭐를 배우시는걸 참 좋아하시는데 오래는 못배우시는것까지 내가 닮았다. 지금도 뭔가 도전하고싶어하시는 90세 내 아버지. 하지만 귀가 안들리셔서 못하고 계시다.
나의 이런 취미노마드 생활은 언제나 끝날까. 이번엔 취미가 아니라 사업으로 연관을 시켜보려고 하는거니 그저 그렇게 끝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나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다.

© andrewtneel, 출처 Unsplash

 

 

 

#취미부자 #취미유목민 #밸리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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