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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덜렁거리는 딸의 가방분실소동

by ROA LEE 2023.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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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평소처럼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느닷없이 집근처 전철역에 나가서 자기가방이 있는지 봐달라는거다. 아니 니 가방이 왜 이 아침에 우리동네 전철역에 있어,대체 무슨소리냐고 물었더니 횡설수설 하는데

말인즉슨 딸이 출근길에 전철의자 위 선반에 가방을 놓고 내렸고, 전철역에서 나오자마자 놓고내린걸 인지하여 역사에 있는 분실물센터에 연락을 해보았지만 전철안에는 없는것 같다고 하고 그 전철의 종착역에 도착한 후에 찾아봐줄 수 있다는 것이다.

딸아이가 탔던 전철의 이쪽 종착역이 우리집 방향이고 그 전철이 지금 우리집근처 역으로 오는 중이니 

내가 나가서 그 전철을 타고 놓고내린 가방이 있는지 봐달라는 얘기였다. 역에서 차량번호를 알려주었다며.

순간 머리가 노래지면서 옷도 제대로 챙겨입지 못하고 집에서 입던 옷 그대로에 파카만 입고 양말도 신지못하고 역으로 내달렸다. 워낙에 덜렁거려서 외출할때마다 한번은 꼭 다시 들어왔다 나가는 아이지만 뭘 아주 잃어버린 적은 없었는데.

가방이라니...대체 무슨가방을 잃어버린거지. 얼마전 생일에 남자친구가 사주었다는 명품가방일까? 그러게 왜 그런 쓸데없는거에 돈을 써 쓰길...별의별 생각을 다 하면서 역에 도착했는데 다행이 빨리 움직인 덕에 딸아이가 탔던 차는 지금 도착예정인 차 다음차였다. 우리가 늘 보는 도착예정 차량이 표시되는 모니터에 보이는 기차모양을 우리는 그 기차가 어느역에 있는지만 보는데 그 기차에 번호가 쓰여있는줄 몰랐다. 그것이 차량번호. 아이가 탔다던 전철의 ,탔다던 칸에 탑승해서 재빨리 선반을 보니 ...없다.

앞으로 한칸씩 움직이면서 찾아보았는데...없다. 낭패다. 무슨가방이냐고 물으니 노트북이 들어있는 백팩이란다. 그럼 명품백보다 더 소중한거다. 회사일하는 노트북인데 모든 자료가 다 거기들어있을텐데 어쩌면 좋아.

다시 찬찬히 다른칸 방향으로 돌아오면서  살피는데 처음에 탔던칸 반대쪽 선반을 보니 낯익은 가방이 보인다. 달려가서 열어보니 딸아이의 가방이다. 

회사로 가져다주려고 했더니 이미 반차를 내고 이쪽으로 오고있다고 한다. 중간지점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가방때문에 때아닌 모닝커피를 딸과 함께 마셨다.찾았으니 웃으면서 마시지 못찾았으면 정말 어쩔뻔 했나.

엄마한테 절대 전화 안하고 해결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되겠어서 연락한거라며 딸은 아빠에게만은 말하지 말라고 한다.자신이 덜렁이인걸 알리고 싶지 않다나. 뭐 새삼스럽게 그러나 싶었지만 아빠에겐 비밀로 해주기로 했다. 덜렁거리는거 남자친구(예비사위)한테나 말하지 말라고 했더니 이미 말했다며 말 안하기엔 아까 너무나 마음이 힘들어서...라고 한다.

마음이 힘들때 엄마아빠한테는 말하기 싫은걸 말할 수 있는,말하고 싶은,말해서 위로받고 싶은 남자친구가 있으니 그야말로 결혼할 때가 되었구나 싶은게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 드는건 뭘까.

어쨋든 딸과의 해프닝으로 정신없이 바쁜 아침이었다. 맨얼굴에 선크림도 안바르고 (양치도 안하고)마스크만 쓰고 머리는 베개에 눌린자국으로 서울까지 다녀온.ㅋㅋ

어쨌든 그멀리에서 우리동네까지 오도록 그 가방은 전철안에서 사라지지 않았으니 우리나라 좋은나라다.

남편에게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걸 블로그에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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