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주신 밍크가 있었다. 디자인도 올드하고 내게 안어울리는 브라운칼라에 뚱뚱해보여서 옷장 구석에 처박혀 있었는데
얼마전 딸아이가 밍크가 따듯하면서도 통기성이 좋다며 사입으라는 친구의 권유가 있었다는 말을 하는거다.
요즘 환경보호 동물보호 하면서 밍크를 안입는 분위기고 밍크입고 나갔다가 계란세례 물세례를 받을 수도 있다지만
거위털 파카도 불쌍한 거위털 뽑아 만드는거 아닌가. 불쌍한 소나 닭 잡아서 먹으면서,소가죽 양가죽 벗겨서 가방만들어 들고 다니면서 유독 밍크코트에만 냉혹한 잣대를 들이대는건 공평하지 않다.
하물며 난 어머님이 주신옷인데 이걸 버리는게 더 환경오염인거아닌가 하는 생각에 리폼해서 입어보기로 결정했다. 인터넷을 뒤져서 집근처에 밍크리폼 장인이 하는 수선집을 찾아냈고 수선을 맡기고 2주일만에 오늘 찾아왔다.
요즘 밍크가격이 많이 내려가서 내 밍크가 수선할 가치가 있는건지 제일 궁금했느데, 내 밍크는 요즘 사려면 몇백만원 줘야하는 좋은 밍크고,요즘 나와있는 싼 밍크는 중국산이라고 하셔서 왠만한 코트나 파카 사는 가격만큼 수선비가 비쌌지만 리폼을 결정했다.
월남전에 다녀오셨다는 연세의 장인이 완전 올드했던 어머님의 밍크를 최신모델로 바꿔주셨다. 일일이 옷본을 다 그려서 재단하신다. 거의 옷을 새로 만드는거라고 하셨다.
카라를 세우면 차이나카라가 되고 저렇게 접으면 모양이 브이라인이 되게 잡힌다. 허리에 스트링을 달아서 당기면 조여질 수 있게 했더니 날씬해 보인다. 단, 보관할떄는 꼭 스트링을 풀어서 펼친후 보관해야 밍크에 자국이 남지 않는다고 한다. 되도록이면 스트링을 쓰지말라고 하심.
블랙이면 훨씬 더 맘에 들었을텐데 밍크에 염색하면 다 망가진다고 해서 그냥 입기로 했다. 브라운이 안어울리는 얼굴인데 그래도 이건 괜찮은편이다.
어제 오늘은 봄날씨같아서 밍크리폼해놓고 한번도 못입게 되는건 아닐까 생각했는데 아직 겨울은 남아있으니 ㅋㅋ추위가 두렵지 않다!
새로산게 아니라 더 뿌듯하다. 나도 내 딸에게 물려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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