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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렁거리는 딸의 가방분실소동 아침에 평소처럼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느닷없이 집근처 전철역에 나가서 자기가방이 있는지 봐달라는거다. 아니 니 가방이 왜 이 아침에 우리동네 전철역에 있어,대체 무슨소리냐고 물었더니 횡설수설 하는데 말인즉슨 딸이 출근길에 전철의자 위 선반에 가방을 놓고 내렸고, 전철역에서 나오자마자 놓고내린걸 인지하여 역사에 있는 분실물센터에 연락을 해보았지만 전철안에는 없는것 같다고 하고 그 전철의 종착역에 도착한 후에 찾아봐줄 수 있다는 것이다. 딸아이가 탔던 전철의 이쪽 종착역이 우리집 방향이고 그 전철이 지금 우리집근처 역으로 오는 중이니 내가 나가서 그 전철을 타고 놓고내린 가방이 있는지 봐달라는 얘기였다. 역에서 차량번호를 알려주었다며. 순간 머리가 노래지면서 옷도 제대로 챙겨.. 2023. 1. 19.
밍크코트 리폼 어머니가 주신 밍크가 있었다. 디자인도 올드하고 내게 안어울리는 브라운칼라에 뚱뚱해보여서 옷장 구석에 처박혀 있었는데 얼마전 딸아이가 밍크가 따듯하면서도 통기성이 좋다며 사입으라는 친구의 권유가 있었다는 말을 하는거다. 요즘 환경보호 동물보호 하면서 밍크를 안입는 분위기고 밍크입고 나갔다가 계란세례 물세례를 받을 수도 있다지만 거위털 파카도 불쌍한 거위털 뽑아 만드는거 아닌가. 불쌍한 소나 닭 잡아서 먹으면서,소가죽 양가죽 벗겨서 가방만들어 들고 다니면서 유독 밍크코트에만 냉혹한 잣대를 들이대는건 공평하지 않다. 하물며 난 어머님이 주신옷인데 이걸 버리는게 더 환경오염인거아닌가 하는 생각에 리폼해서 입어보기로 결정했다. 인터넷을 뒤져서 집근처에 밍크리폼 장인이 하는 수선집을 찾아냈고 수선을 맡기고 2주일.. 2023. 1. 15.
오랫만에 성당에 딸아이의 결혼식을 명동성당에 신청하기 위해 교적이 필요하다고 해서 오랫만에 성당을 찾았다. 교적증명서는 반드시 소속 본당에서만 발급이 가능하고 온라인발급도 안되고 반드시 방문해야만 한다. 내 교적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는데 이사오기 전 성당에 멈춰있었다. 교적지에 '냉담'이라고 되어있고 우리 네 가족 모두 명동에서 세례를 받았다는 것이 적혀있는걸 보고 새삼스럽게 놀랐다. 그랬구나,내가 처음 영세받은곳이 명동이었고 남편과 명동성당에서 결혼한 후 남편이 거기서 영세를 받았고 딸아이가 아기때 명동에서 유아세례를 받았던 것 까진 기억이 났는데 아들도 거기서 받았는지는 전혀 기억을 못하고 있었다. 우리가 결혼한 곳 명동성당. 내 딸아이가 그곳에서 결혼할 수 있게 해달라고, 그곳에서 결혼하는게 좋다면 그렇게 해달라고.. 2023. 1. 11.
새해계획을 세우지않겠다 다이어리 새해를 아무 계획을 적지 않고 시작한 것은 처음인것 같다. 지킬수 있는 계획이던 아니던 일단 새 다이어리에 이름을 쓰고 올해 가족 경조사를 써넣은 후 이것저것 할 일들을 끄적이곤 했었는데. 바빠서가 아니라 이번엔 좀 의식적으로 하지 않았다. 새해에 계획세우는 것의 의미없음에 관한 글을 읽어서일거다. 새해라고 해서 달라질 건 없고 그저 어제와 똑같은 날의 연속인데 굳이 왜 새해라고 계획을 세우는가. 아니 새해가 무엇인가. 그냥 지구는 태양주위를 돌고있고 인간이 만든 달력으로 365일씩 쪼개놓은 달력일 뿐인데. 계획을 세운다는 건 이제까지 엉망으로 살아왔다는 증빙이다. 그저 어제처럼 그제처럼 오늘도 열심히 하루를 살아가면 되는건데 굳이 새해에 의미를 지울필요 없이 늘 똑같이 살아가면 될일이다. 뭐 .. 2023. 1. 10.
1월 1일이니까 적어보는 새해첫날 일기 연말에 딸아이가 와서 오랫만에 완전체가 된 가족. 이번엔 딸이 오랫동안 사귀던 남자친구와 결혼하겠다는 결심을 발표해서 놀라움과 큰 기쁨을 준 연말이었다. 늘 결혼했으면 하고 바랬으면서도 막상 결혼을 한다고 생각하니 또 마음 한편으론 뭔가 또 기쁨과는 다른 감정이 숨어있다가 일어난다. 성질급한 나는 아이를 결혼시키는 프로젝트에 전념하기위해 이것저것 생각하느라 밤에 잠을 못이루었다. 일단 결혼식장을 정해야한다. 둘이 결혼을 결심하고 식장을 알아보았더니 방문상담조차 예약이 밀려있어 한군대도 보지 못헀다고 한다. 나는 신앙심은 없지만 우리가 결혼했던것처럼 성당에서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아이도 그러고 싶다고 하고 남자친구집안도 카톨릭 신자라 무리는 없을듯 한데 문제는 요즘 성당이 결혼식날짜를 정하는걸 추첨.. 2023. 1. 1.
처음 푸딩을 먹어본 날의 기억-트렌드의 중요함 서울우유 푸딩 푸딩이라는 것이 처음 나온떄가 아마 내가 초등학교 6학년쯤이었을 것이다. 광고를 보고 부모님을 졸라서 동네 가게에 푸딩을 사러갔던 날이 생각난다. 꽃잎모양의 투명한 용기 바닥엔 까만 캬라멜 시럽까지 있는 예쁜 색과 모양.광고에선 탁 뒤집으면 예쁜 모양으로 접시에 달랑달랑 움직이며 담기던데 정작 내가 해보니 거꾸로 해도 깨끗하게 잘안나왔던 기억. 동화책 속에 나오는 여자주인공들의 옷감을 묘사한 모슬린이니,프란넬이니 하는 단어들을 재미있어하던 때였으니까 푸딩도 아마 여주인공들이 먹던 음식이 아니었을지. 여튼 1970년대에 서울우유푸딩이 세상에 나왔었고 내 기억에 그건 장렬히 패배한후 시장에서 사라졌었다. 처음 스푼으로 떠먹었을 때의 그생경함,맛없음,많이 달지도 않고 뭉그러지는 그 질감에 너무나.. 2022. 12. 30.
2022 또 한 번의 크리스마스가 지나간다 성탄절 아이들이 어릴때는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기위해 엄마인 내가 준비하는 크리스마스였다. 트리를 꾸밀때도 내취향과는 상관없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장식품으로 장식하고, 케익을 사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문양이나 캐릭터모양으로, 음식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예쁘게 데코레이션 된 음식들로...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는 먼지쌓이는게 보기싫다면서 크리스마스 트리가 우리집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가 작년에 순전히 우리 두 부부만을 위한 트리를 장식하고 싶다는 생각에 자그마한 나무의,장식물도 이미 다 붙어있는 트리를 사서 노란 전구를 걸쳐놓고 행복한 연말을 보냈었다. 작년엔 딸아이도 독립을 하고,아들은 미국에 있는 회사를 다니고 있었기때문에 연말이 왠지 적막하고 쓸쓸하기도,편하기도 한 이상한 감정을 지닌채 보.. 2022. 12. 24.
과거 기억을 전부 다 믿지 말자 잘못된 기억들 미국에 있는 동생이 아기를 낳던 30년전, 동생은 친정인 과천에서 몸조리를 해야하니 가까운곳에서 애기를 낳겠다는 생각으로 아무 연고없이 그냥 교통이 편하다는 이유로 사당역에 있는 개인 산부인과에 다니다가 애기를 낳았다. 30년전이라면 요즘사람들 생각엔 엄청 오래되었다고 느껴지겠지만 그때도 애기를 낳다가 죽는일이 일어날 정도의 미개한 사회는 아니었다. 우리세대만 해도 시골출신 친구들 중에는 '내가 죽을까봐 부모님이 주민등록에 늦게올려서 생년월일이 늦게되어있다' 는 사람도 주변에 있기는 했지만 우리가 아이를 낳던 시대는 우리나라가 그정도는 아니었다. 매달 산부인과검진도 열심히 다니던 시절이었고. 그래서 방심을 했던거다,결론적으로 말하면. 내동생은 애기를 자연분만하던 과정에서 24시간 진통을 하.. 2022. 12. 19.
눈사람 오리를 만들고 싶은 마음 며칠전부터 눈이 쌓이는걸 보면서 눈사람을 만들고 싶었다. 몇년전 딸이 독립하기 전 펑펑 함박눈이 내리는 한밤중에 딸과 나가서 눈사람을 만들며 놀았던 생각도 나면서 아직도 눈이 내리면 출퇴근길 엉망이 되는 교통걱정보다는 낭만적인 생각이나 하고 있고 밖에 나가 돌아다니고 싶으니 나는 철이 영원이 안드는 할머니가 될 지도 모른다. 그 딸이 어제 집에 오면서 크리스마스까지 조금씩 잘라서 먹는 과자라며 슈톨렌과 눈사람오리를 만드는 도구를 가지고 왔다가 두고갔다. 오늘아침, 살짝 내린 눈이 조금 쌓였길래 눈오리 집게를 들고 나갔다. 남편은 차에 쌓인 눈을 치우고 나는 눈사람을 만들며 놀고 이번 눈은 잘 뭉쳐지지가 않아서 오리가 잘 만들어지지 않았다. 가까스로 완성한 오리가족. 너무나 귀엽다. 다음엔 펑펑 함박눈이 .. 2022. 12. 17.
내셔널 지오그래픽 과월호를 버리지 못하고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을 보기위해 사는 잡지. 하지만 이것들은 아들이 중고등학교때 영어책은 안읽으면서 유일하게 사달라고 읽고싶다고 해서 샀던 영어잡지다. 생물에 관심이 많아서 자신이 관심있는 내용이라면 영어로 된것도 편하게 읽으려니 싶어서 사주었었다. 아이는 이것을 읽었을까?그저 꽂아만 두었을까 그건 모르겠다. 하지만 워낙에 책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라 뭐든 책을 사달라면 반가웠다. 오늘 책꽂이 정리를 하면서 못버리고 있는 아이들 책이 아직도 많다는 걸 알았다. 그시절 책을 사는데는 돈을 안아꼈던거 같은데 그나마도 다 지나고 보니 내욕심이었다. 책을 진짜 좋아하고 읽을마음이 있는 아이라면 도서관에서 빌려읽어도 읽지 살 필요는 없는거다. 사실 정작 학교끝난 후에 학원다니기 바쁘지 않았던 시기가 한순간도 없었.. 2022. 12. 15.